[도시연대] 행사스케치-'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재개발) 긴급 토론회'를 다녀와서 [행사스케치]
우리는 도시의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재개발) 긴급 토론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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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6일 수요일 오후 3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1층 세미나실은 발 디딜 틈 없는 열기로 가득 찼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정의 세운지역 고층개발 문제와 대안 찾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긴급 토론회는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넘어, 우리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자리였습니다.
도시연대가 지향하는 '걷고 싶은 도시', '더불어 사는 공간'의 가치 위에서, 이날의 뜨거웠던 논의와 남겨진 과제들을 발표자료집과 함께 회원 여러분께 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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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낙후'라는 이름의 폭력, 그리고 지워지는 삶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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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서울시가 밀어붙이는 '고층 개발'의 명분이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세운상가 일대를 "지저분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하다"며 낙후된 공간으로 규정하고, 145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지 말고, 내려와서 걸어보라"는 어느 분의 발언처럼, 그곳은 단순한 슬럼이 아닙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에 의하면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는 대학 연구소, 대기업 시제품 제작소, 예술가들이 협업하는 '도심 제조 유통 생태계'가 존재하고 좁은 골목은 부지런한 기술자들이 땀 흘리는 일터이자, 노포에서 술 한 잔 기울이는 '정(情)'이 흐르는 공간입니다. 최근 '힙지로'라 불리며 청년과 외국인들이 찾는 이유는 바로 이 낡음 속에 깃든 '진짜 서울'의 매력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왜 안국동이나 성수동의 변화와 달리, 이곳은 전면 철거와 초고층 아파트 건설만이 답이라고 강요받아야 할까요? 5층 이내의 건물군이 어우러진, 산업 생태계를 품은 아름다운 도시는 정말 불가능한 상상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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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는 서울시의 오락가락하는 행정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보존과 재생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초고층 재개발로 선회하는 등 시장이 바뀔 때마다 도시 계획의 기조가 손바닥 뒤집듯 바뀝니다.
2009년부터 10년 넘게 문화재청 심의를 거쳐 종묘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55m~71.9m로 합의했던 높이 기준이, 이번 변경안에서는 최고 170m 이상(청계천변)까지 치솟았습니다. 법적 근거(2030 기본계획 변경)를 미리 마련해두었다고는 하나, 과연 이 과정에서 시민적 합의는 존재했을까요?
김선아 건축가의 지적처럼, 도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원칙에 의한 예측 가능성'입니다. 정치적 위상에 따라 도시의 미래가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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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제자들은 세운지구 고층 개발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임을 경고했습니다. 종묘는 단순히 담장 안의 건물만이 아닙니다. 안창모 교수의 말처럼, 북악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지형과 경관, 그리고 그 앞을 흐르는 역사적 맥락 전체가 우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지금의 초고층 개발은 다음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영구히 지워버리는 행위입니다. 여전히 '크고 높은 건물'로만 성취가 증명되는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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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황 건축가는 "시민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도시는 개발독재의 유령"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시민 참여를 했다', '의견을 들었다'는 식의 요식 행위를 넘어, 시민이 진정으로 계획의 주체가 되는 '도시 정치'가 필요합니다.
"도시는 모두에 의해 만들어질 때만, 비로소 모두에게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다."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의 통찰처럼, 도시는 권력자 한 명의 캔버스가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지층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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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도시, 걷고 싶은 도시, 공간 정의가 실현되는 도시를 위해, 우리는 이 '성급한 개발'에 잠시 멈춤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정치적 위상이 도시를 만드는 기조가 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아닌가 합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거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도시정책사업은 공론 시스템을 통해 그 범위와 방법을 결정하고, 이렇게 공론으로 결정된 도시 사업에 대해서는 시장이 바뀌더라도 사업의 변경이 없도록 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일에 모두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합니다.
세운상가와 종묘 앞의 미래가 권력자의 치적이 아닌, 시민 모두의 지혜로 결정될 수 있도록 도시연대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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