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25년 11월 20일부터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사업’에 3,7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이제 막 시민의 공간으로 자리 잡은 노들섬을 다시 대규모 공사 현장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러나 노들섬은 오랜 공론화와 설계 과정을 거쳐 완공된 공공공간으로, 개장 후 불과 5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또다시 외국 건축가의 디자인과 막대한 재정에 의존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시민의 삶과 도시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임에도,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도 없이 강행되는 전시행정의 전형이다. 도시연대는 이 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한다.
1. 시민의 공간을 왜 다시 허무는가
◌ 노들섬은 2019년 재개장 이후 서울의 새로운 문화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50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공공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지 불과 5년 만에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완결성 있는 공공건축을 스스로 해체하겠다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을 잃은 결정이다. 시민의 공간을 다시 개발 논리에 맡기는 것이 정말 ‘혁신’인가?
대다수의 도시연대 회원들은 “재개발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노들섬은 이미 완성도 높은 공공공간이며, 필요한 것은 철거가 아닌 운영 개선과 프로그램 다양화”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문제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합리적 순서를 요구하고 있다. 노들섬은 아직 실험과 조정의 시간이 필요한 ‘살아있는 공공공간’이다.
2. 검증과 공론 없는 일방적인 추진
◌ ‘노들 글로벌 예술섬’은 타당성 조사 공개 없이 설계공모가 먼저 진행되었고, 기존 건축물 철거의 이유도 제시되지 않았다. 시민과 전문가, 운영주체,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부재한 상태에서,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2020)을 받은 공공건축물을 불과 5년 만에 철거하려 하는 것은 공공건축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고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공사업은 행정의 속도보다 시민 숙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노들섬의 방향은 한 사람의 업적이 아니라 시민의 합의와 민주적인 절차로 결정되어야 한다. 도시의 미래를 시민과 함께 결정해야 하는데, 왜 우리는 사후 통보만 받는가?
3. 3,700억 원, 또 한 번의 전시행정
◌ 세계적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의 비정형 설계는 공사비 증액과 예산 초과 위험이 크다. 2019년 완공 당시보다 7배가 넘는 3,700억원 (국제현상공모 당시 제시된 공사비는 1조 5,000억원) 을 투입하는 것은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다. 노들섬은 더 이상 ‘개발의 실패’를 반복하는 장소가 아니라, 서울의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공공공간으로 남아야 한다.
4. ‘거대함’보다 ‘공공성’이 우선이다
◌ 서울은 더 이상 거대한 구조물로 도시의 경쟁력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도시의 품격은 시민이 머물고 대화하는 공공공간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노들섬은 밖에서 바라보는 조형물이 아니라, 섬 안에서 도심의 풍경을 바라보며 서울을 재해석하는 장소다. 지금 추진 중인 재개발안은 이러한 시선의 전환을 거꾸로 돌려, 다시 ‘보여주기식 도시정책’으로 회귀시키려는 시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철거와 재개발이 아니라, 노들섬의 공공성을 다듬고 시민 참여를 확장하며, 지속 가능한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노들섬의 미래는 행정의 속도가 아니라 시민의 합의 위에 만들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서울시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하나, 서울시는 지금 즉시 ‘노들 글로벌 예술섬’ 사업 착공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모든 추진 일정을 중단하라.
◌ 둘, 사업의 타당성을 시민에게 묻고, 시민·전문가·운영주체가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를 즉시 마련하라.
◌ 셋, 타당성 조사 결과와 예산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라.